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극우 논객들에게 ‘국민 소통’ 맡기다니

등록 2015-05-19 19:16

정부가 국민 소통을 담당할 기관의 주요 직책에 극단적 성향의 논객들을 잇달아 임명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임명된 이석우 전 국무총리 공보실장은 트위터를 통해 국가정보원과 군의 선거 개입을 적극 옹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엊그제 국정홍보 담당 차관보로 임명한 이의춘 전 <미디어펜> 대표는 칼럼을 통해 상식을 벗어난 막말을 일삼고 툭하면 극우 논리를 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국민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닫고 한쪽 방향으로 여론을 조종하려고 작심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현재 전국 5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청자미디어센터를 관리하고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시청자 권익을 증진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정부출연기관이다. 방송사 중심의 일방적인 프로그램 공급이 아니라, 시청자 참여를 활성화함으로써 여론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재단의 존재 이유다. 총리 공보실장이 되기 전까지 트위터 활동 행적을 보면 이석우 전 실장은 여론 다양성은커녕 정치편향도 이만저만 극단적인 게 아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그는 “군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친북정책 비판글”이라고 옹호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선동” “왜곡” 등의 표현으로 비난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백설공주”라고 미화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말할 것도 없고, 알고 보니 총리 비서실장으로도 매우 부적격한 사람이었다.

국정홍보 차관보는 국정홍보·언론협력 업무를 관장하도록 문화부에 새로 만든 자리다. 직제를 만들 때부터 정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는 전직 언론인을 내세워 광고 등을 미끼로 언론사들을 회유하고 통제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을 샀다. 기왕에 자리를 만든다면 균형잡힌 시각을 갖춘 사람을 앉혀야, 그나마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여 정부 안에 전파한다는 최소한의 국민 소통 기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의춘씨는 ‘땅콩 회항’을 지시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를 “여론의 기요틴에 의해 무참히 단죄됐다”고 비호하고, 세월호 진실 규명을 요구한 시민들은 ‘좌파 인사들이 파리떼처럼 달라붙었다’는 식으로 매도했다. 튀는 것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론인으로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글들이다.

정부가 이런 인사들을 내세워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들이 보여온 대결적 자세와 관점을 보면 국민 소통보다는 여론을 분열시켜 국민통합을 되레 해칠 것이 뻔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