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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개발이익 독식하겠다는 강남구의 탐욕

등록 2015-05-20 18:29

서울 강남구가 한국전력 터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구민 서명운동을 기획하고 주민 항의시위를 뒤에서 도왔다고 한다. 강남구는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자치구다. ‘99섬 가진 부자가 1섬 가진 이의 먹을거리를 빼앗는다’는 말이 있다. 지역 이기주의 관철을 위해 구민들을 부추긴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의 행태가 이것과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가 강남구 삼성동의 한국전력 터를 개발해 얻는 이익 중 서울시에 내야 할 공공기여금은 약 1조5천억~2조원으로 추정된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법) 시행령엔, 공공기여금을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관할하는 시·군·구 안에서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최근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송파구의 종합운동장까지 확대해, 강남구 코엑스 일대뿐 아니라 잠실 종합운동장 재정비와 인근 올림픽도로 지하화 사업에도 공공기여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강남구는 공공기여금을 모두 강남구에만 투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구는 서울시에 압력을 넣기 위해 주민 서명을 받고 펼침막을 대거 걸었는데 이 작업에 공무원을 동원한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한전 터에 초고층빌딩을 세우면 먼지·소음 때문에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주차와 교통난이 심해질 거라는 강남구청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공공기여금을 그 주변에만 쓰라는 건 너무 과도한 주장이다. 강남구는 높은 재정자립도를 바탕으로 강북의 다른 구들에 비해 훨씬 좋은 사회기반시설과 문화시설, 녹지·공원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개발이익을 강남에만 또 투자하라고 하면, 서울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법적으론 강남구가 우선권을 갖더라도 서울의 다른 지역과 개발이익을 공유하려는 태도를 갖는 게 ‘더불어 사는’ 자세일 것이다.

서울시가 공공기여금을 강남구 및 송파구에서만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 공공기여금을 잠실 종합운동장 재정비와 인근 올림픽도로 지하화 사업에까지 투입한다 하더라도, 결국 그 일대만 더 좋아져 강남 사는 주민들만 개발이익을 누릴 뿐이다. 이래선 서울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 한전 터처럼 막대한 공공기여금이 발생하는 지역의 개발이익을 해당 시·군·구만 독점하도록 규정한 건 옳지 않다. 국토법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개발이익을 서울시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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