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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기문 방북 돌연 취소시킨 북한의 ‘이상 행태’

등록 2015-05-20 18:29수정 2015-05-21 11:37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1일 개성 방문을 갑자기 철회했다고 반 총장 쪽이 20일 밝혔다. 북쪽은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보기 드문 외교적 결례다.

반기문 총장은 유엔을 대표하는 최고위급 외교사절이다. 유엔은 직접 북쪽과 접촉해 반 총장 방북을 확정했다. 한국인인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분단 극복 의지를 지구촌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돌연 문을 닫아건 것은 누가 봐도 잘못이다. 세계는 북한이 국제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북쪽 내부에서 최근 강경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처럼 핵무기와 연관된 언급이 늘어나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이 대유엔 관계를 재평가했을 수도 있다. 유엔은 평화를 추구하지만 대북 제재를 실행하고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반 총장도 1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등이 모두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풀려는 북쪽 의지도 약해지는 조짐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남북 사이엔 상호비방이 가열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북쪽은 외교적 즉흥성을 드러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도력이 특히 대외관계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쪽은 최근 김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 계획도 갑자기 취소한 바 있다.

당장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빨간불이 짙어졌다. 그렇잖아도 6·15 및 8·15 남북공동행사 추진에 제동이 걸렸으며 개성공단 임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 발표 등을 계기로 한 남북 사이 신경전도 심상치 않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 문제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쪽은 국제적 고립 심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면 남북관계부터 풀기 바란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남쪽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쪽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나라는 남쪽뿐이다. 우리 정부도 관계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북쪽 행태를 비판만 하는 것은 정책이라고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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