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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완종 리스트’ 수사, 흐지부지 덮겠단 뜻인가

등록 2015-05-21 18:21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성완종 리스트’의 8명 가운데 처음으로 수사결과가 나온 것이지만, 그런 결정의 이유는 석연치 않다.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의 이번 사건 수사는 유독 소극적이다. 검찰은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히면서, 두 사람이 받은 돈이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구속영장 청구기준인 2억원에 못 미치고 증거인멸에 직접 개입한 증거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억원이라는 검찰 내부 기준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 보이지도 않거니와, 폭넓고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는 정치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뇌물죄보다 가볍게 처벌해야 할 이유도 없다. 더구나 홍 지사 등에게는 대표적인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 우려’가 분명하다. 홍 지사 측근들이 핵심 참고인을 회유하는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확보됐고, 녹취록에는 홍 지사가 회유에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까지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신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측근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영장 청구를 포기했다. 관여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강제수사가 필요했는데도 수사를 멈췄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이 정도 정황이면 구속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들을 증거인멸 혐의로 잇따라 구속한 바 있다. 돈을 준 쪽의 심부름을 한 이들은 서둘러 구속하면서도 정작 검은돈을 받은 쪽의 증거인멸엔 애써 눈을 감은 꼴이다. 이쯤 되면 범죄를 숨기라고 등을 떠미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의 나머지 6명도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수사의 단서와 정황도 있다. 무엇보다 홍준표·이완구의 금품수수가 사실이라면 나머지 6명의 금품수수도 사실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게 된다. 미적댈 이유가 없는데도 검찰의 수사 강도와 속도는 답답하기만 하다. 대선자금 수사에선 더 머뭇거리는 눈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흐지부지 덮으려 하면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만 커지게 된다. 특검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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