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세우면서 밝힌 지명 배경은 “부정부패 척결 적임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 2월 법무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도덕적 흠을 보면 쓴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공직에서 퇴임한 직후 대형 로펌에 재직하면서 17개월 동안 약 16억원을 벌어들인 것을 비롯해 병역 면제, 증여세 탈루 의혹에다 심지어 각종 교통법규 위반과 과태료 상습 체납 사실까지 드러났다.
황 후보자는 이런 숱한 도덕적 의혹 때문에 당시 대다수 언론은 물론 새누리당 안에서까지 ‘부적격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신문 사설들을 들춰보면 “고위 공직을 누린 경력의 대가로 사익을 누려온 사람에게 더 높은 고위직을 맡겨도 좋은가” “비뚤어진 전관예우 관행을 당연시하며 사법 정의를 왜곡” “법치주의를 앞장서 실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 등의 신랄한 비판이 넘쳐난다. 새누리당의 정의화 의원(현 국회의장)이 “당사자들이 스스로 용퇴해야 한다”고 말한 ‘당사자’ 중에는 물론 황 후보자도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가 법무장관 자격도 없다는 비판을 받은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도덕적 불감증의 극치이자,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나 황 후보자가 이번 총리 국회 인사청문회도 지난번 법무장관 청문회 때처럼 교묘히 통과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당시 미진하게 지나쳤던 의혹들을 비롯해 그의 도덕적 흠들은 더욱 정밀하게 검증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 병역면제만 하더라도 면제사유인 ‘만성담마진’이라는 피부질환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사람이 10년 동안 4명뿐이라고 하니 의구심이 더 커진다. 게다가 안대희 전 대법관이 고액수임료와 전관예우 논란으로 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상황까지 고려하면 총리가 되기 위한 도덕적 기준은 법무장관 때와는 판이할 수밖에 없다.
황 후보자가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약속한 ‘기부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확인해볼 일이다. 그는 ‘17개월 16억원 수익’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주변 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봉사활동과 기여활동을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의 재산 규모가 거의 변동이 없는 것을 보면 과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기부 활동’을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황 후보자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총리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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