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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말로만 ‘대통령 사면권 개혁’ 외치는 정부

등록 2015-05-22 18:36

충청남도와 한화그룹이 22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을 열고, 충남 홍성군 죽도를 에너지 자립 섬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한 개소식엔 집행유예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버젓이 참석했다. 한화그룹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건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죄를 짓고 아직 법적으로 사면이 이뤄지지 않은 재벌 총수가 대통령과 공식 행사에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뒤끝이 개운치 않다. 말로는 기업인 봐주기 식의 사면권 남용은 없다던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적 사면장을 안겨준 셈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특정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넘겨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나 지난해 초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다. 예전에 맡고 있던 7개 계열사 임원직에서도 모두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삼성그룹과 화학·방산 분야 4개 계열사 빅딜을 진두지휘하고 계열사 공식행사에 참석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여전히 막강한 총수 권한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식행사에 김 회장이 ‘한화를 대표해’ 나란히 서도록 한 것은, 제 입으로 내뱉은 말을 스스로 뒤집는 위선적인 행동이다.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라며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말은 죄를 지은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사면권 행사에 분명한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앞으론 형을 살고 있거나 집행유예 중인 재벌 총수 일가의 사면복권이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앞장서 집행유예 중인 재벌 총수의 경영 복귀를 버젓이 ‘인정’해주는 마당에 형식상 사면 결정을 미뤄둔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유달리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벌 봐주기 행태는 여전하다. 정부는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등 유죄판결을 받은 뒤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자리를 바꿔 주요 계열사에 계속 몸담고 있는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해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조처를 전혀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을 향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은 먼저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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