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발은 억제하되 화해 신호는 적극 살려야

등록 2015-05-24 18:33

북한발 신호가 혼란스럽다. 5월 들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사실상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취소한 것을 비롯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보도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설, 국방위와 조평통 등 각급 기관과 매체를 동원한 대남 비방 공세 강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돌연 취소 등 남북 대결과 국제적 고립을 불러올 만한 북한의 예측불허 행동이 잇따랐다.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뭔가 내부적인 속사정으로 대남·대외 정책의 기조를 강경한 쪽으로 잡은 것 아니냐며 남북관계 개선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주말을 기해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세계 15개국 30여명의 국제여성평화운동가들이 참여한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DMZ)’ 참가자들이 24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북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으로 온 것이다. 이들이 애초 바란 대로 판문점을 통해 걸어서 넘어온 것은 아니지만, 남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여성평화운동가들이 군사분계선을 ‘돌파’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 전쟁이나 분쟁이 일어날 경우 가장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남북을 잇는 물꼬를 튼 것은 다른 어떤 집단이나 개인이 한 것보다 상징성과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의 상상력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정부가 형식논리에 사로잡혀 판문점 통과 및 군사분계선 도보 횡단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에 앞서 임금인상을 놓고 2월부터 갈등을 빚어온 개성공단 문제가 22일 해결된 것도 좋은 신호다. 북쪽은 ‘남북간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기존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는 남쪽의 주장을 전격 받아들임으로써 갈등을 해소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은 임금 갈등으로 인한 조업 중단이나 축소의 위험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위민 크로스 디엠제트나 개성공단 임금 갈등 해소를 북의 정책 기조가 다시 유화 쪽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성급하게 진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신호가 너무 약하다고 가볍게 봐서도 안 된다. 대결보다 화해와 협력으로 가는 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남북의 목소리를 키우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임을 남북 당국자는 알아야 한다. 남북 모두 이번의 작은 신호를 적극적으로 살려 남북 화해와 협력의 계기로 만들어 가길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