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사설 스포츠 도박에 개입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자신이 감독으로 나선 경기의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2013년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 스포츠 도박 브로커한테서 4700만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지 2년 만에 또 비슷한 의혹이 터진 것이다. 2011년 이후 축구·야구·배구 등 주요 종목을 휩쓴 불법 스포츠 도박 관련 승부조작 사건으로 수십명의 체육인이 퇴출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았던 악몽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수사 대상이 된 감독의 혐의 사실이 다 확인되지는 않았다. 차명계좌로 3억원을 빌리고 이를 통해 불법 베팅을 한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지만 승부조작 증거까지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2월말부터 3월 사이에 벌어진 다섯 경기의 조작 의혹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기 후반에 주전 대신 후보 선수를 투입해 일부러 패배를 유도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경찰의 의심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2011년 2~3월 강 전 감독의 승부조작 수법과 같다. 경기 운영의 전권을 쥔 감독은 미세한 결정 한둘로도 얼마든지 경기 흐름과 스코어를 바꿀 수 있다. 그 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운 탓에 불법은 더 은밀해지고 규모도 커진다. 이번 일이 그런 흑막의 결과라면, 불확실성과 의외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의 존립 근거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프로스포츠, 특히 프로농구계가 승부조작을 막으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벌였고, 승부조작을 신고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감독들이 모여 재발 방지를 다짐하기도 했다. 이번 일은 그런 노력이 불법과 조작을 온전히 차단하기엔 부족했고 느슨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제라도 더 다잡아야 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한 감시와 차단을 강화하는 한편, 선수단에 대한 불순한 접근과 유혹을 막을 엄격한 장치도 세세하게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불법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다해야 그나마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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