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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회적 책임’과 함께해야 할 삼성의 후계작업

등록 2015-05-26 18:50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우리 경제에 예사롭지 않은 변화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간단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한층 커져 사실상 후계구도의 큰 그림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에스디아이(SDI)→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합병법인 이름)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각각 지배하는 단순 구조로 바뀐다. 그렇지만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커진다. 합병 후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은 모두 합쳐 30%를 넘는다.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현재 제일모직 최대 주주이면서도 삼성물산 지분은 없는 이 부회장으로선, 삼성전자 지분을 4% 이상 지닌 삼성물산과의 합병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단번에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배력을 높이게 됐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선임(15일)에 이어, 이번 합병 결정을 3세 승계작업의 연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

삼성이 3세 승계작업에 부쩍 속도를 내는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1년 넘게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중이고, 그룹 차원의 새 사업 발굴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장환경에서 더욱 강력한 구심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완전히 부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이 착착 진행되는 데 반해,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또다른 과제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겐 과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및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라는 원죄가 있다. 수조원대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챙긴 이 부회장이 승계에 앞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해법을 내놓길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조정안이 나온다고는 하나,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역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그간 여러 삼성 계열사 임직원의 민간인 및 노조 간부 미행·사찰에서 드러났듯, 후진적 노사관도 여전하다. 과거와 단절하는 분명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한 지배구조 개편 잰걸음은 단지 3세 승계를 위한 화려한 묘술에 그칠 뿐이다. 지켜보는 국민의 눈초리를 삼성은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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