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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심각한 종교 편향만으로도 총리 자격 없다

등록 2015-05-26 18:50

청와대가 26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4대 부문 구조개혁, 부패청산을 비롯한 정치·사회 개혁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황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운영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민의 뜻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점에서 황 후보자는 이미 낙제점이다.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국민통합은커녕 정치·사회적 대립을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란 걱정이 든다. 특히 종교 문제에서 보인 편향과 독선은 매우 우려스럽고 위험하다.

황 후보자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게 문제는 아니다. ‘종교의 자유’와 함께 ‘다양한 종교의 공존’을 추구하는 게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다. 아시아나 유럽의 일부 국가처럼 우리가 심각한 종교 갈등을 겪지 않은 건,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과 공존의 사회적 합의가 비교적 뚜렷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 후보자의 발언과 집필 내용엔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고 갈등을 키울 만한 심각한 편향성이 눈에 띈다. 그는 주요 공직에 있으면서도 이런 시각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에 오른다면 정책이 종교적 시각에 의해 굴절되고 왜곡될 수 있으리라 예상하는 것은 기우가 아니다.

예를 들어, 종교인 과세에 대한 그의 시각은 매우 강경한 ‘과세 반대’이다. 황 후보자는 2012년에 펴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담임목사 사택과 달리 부목사, 강도사, 전도사 등의 사택을 세금 부과 대상으로 판결하고 있는 법원 견해는 지극히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모든 국민이 내는 세금을 종교인이라고 해서 면제해 달라는 건 현대사회의 기본 질서에 배치된다. 이런 식의 특혜는 종교의 가치를 오히려 훼손할뿐더러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도 출범 직후부터 ‘종교인 과세 법제화’를 추진해왔지만,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 탓에 계속 미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 후보자 같은 이가 국무총리가 되면 현 정부에서 ‘종교인 과세’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감한 외교 현안에서도 황 후보자는 극단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2007년 신도 2명이 살해된 샘물교회의 아프가니스탄 선교활동에 대해 그는 “최고의 선교는 언제나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샘물교회를 옹호했다. 이런 시각이 앞으로 정부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황 후보자가 특정 종교를 독실하게 믿는 건 그의 자유고,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가 종교적으로 몹시 편향된 시각을 과시하듯 드러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종교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고 정부 정책이 굴절될 우려가 크다면, 그런 인물에겐 국무총리와 같은 자리를 맡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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