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한국·미국·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27일 서울에서 만났다. 하지만 6년 반 동안 중단된 6자회담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대북 압박 강화 논의에 치중했다. 6자회담 재개가 더 멀어진 듯하다.
세 나라가 대북 압박과 제재를 더 강화하기로 한 것은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6자회담의 기본 취지를 벗어난다.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와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6자회담 수석대표의 논의 내용으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세 대표는 대북 압박 강화를 위해 북한 인권 문제까지 6자회담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 6자회담이 변질되는 조짐이다. 세 대표는 그러면서도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이 어떤 것인지는 분명히 제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북한의 선비핵화 조처를 요구하는 이제까지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로는 북한을 회담장으로 불러내기가 쉽지 않다. 핵 문제는 과거보다 더 나빠졌는데도 회담 재개의 문턱은 더 높인 모양새다.
미국은 대북 ‘탐색적 대화’를 시도하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과연 대북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오히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북한 위협을 활용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미국이 손을 내밀지 않는데 북한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작다. 미국이 적으로 지목했던 이란·쿠바와 관계 개선을 꾀하는 상황은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과 관련해 시사점을 준다.
북한은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지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북한은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을 하는 등 핵 능력의 고도화·다종화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막판에 취소하는 등 대외 관계는 소극적이다. 이런 행태로는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질 뿐이다.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안에 핵 문제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정부는 북한과 미국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6자회담 재개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동력을 최대화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이 회담이 미-일 동맹 강화를 의식한 경쟁 무대가 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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