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규정하는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노조의 자주성이라는 헌법 정신을 형해화한 실망스런 결정이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해고된 교사의 노조 가입을 막고 있다. 이에 기대어 정부는 전체 6만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단 9명의 해고자가 포함돼 있는 것을 빌미로 2013년 10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15년 넘게 합법적으로 활동해온 노조가 정부의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법외노조로 전락하게 된다면 노조의 자주성은 껍데기만 남을 뿐이다.
헌재 결정은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엉뚱한 가상의 논리를 폈다. “해직교사가 가입해 단체교섭권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할 경우 교원노조의 자주성이 중대한 침해를 받게 된다”고 한다. 전교조 스스로 해직교사의 가입을 원하는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의 어떤 자주성이 침해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김이수 재판관이 소수의견에서 밝힌 것처럼 “정부가 교원노조법 제2조를 지극히 형식적으로 해석·집행해 법외노조 통보라는 가장 극단적인 행정조치를 했고 따라서 이 법률 조항은 교원노조의 자주성 및 단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이 될 수 있다”는 게 현실에 맞는 판단이다.
또한 자주성 원칙에 따라 조합원 자격은 노조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에 확립된 기준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한 법 조항을 폐지하도록 여러 차례 우리나라에 권고한 바 있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과 국제교원노조총연맹(EI)도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누가 조합원이 될지 노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인정받아온 권리”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 헌법의 정당한 해석을 통해서도 충분히 도출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헌재는 그 기회를 저버림으로써 우리 헌법의 가치와 위상을 국제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후진적인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헌재가 “(해직교사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정당하게 활동중인 교원노조의 법상 지위를 박탈한 것이 항상 적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점이다. 이번 합헌 결정으로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곧바로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며, 법원이 해직 조합원의 비율이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은 2심 재판이 계류중이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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