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과의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다.” 지구촌 최고 수준의 미사일방어(엠디) 전문가의 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 관리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한국 국민과 정부를 오도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미국의 사드 배치 추진 자체가 ‘거대한 사기극’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와 조지 루이스 코넬대 평화·갈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엠디 전문가다. 이들이 1일치 <한겨레>에 공개한 분석 결과는 이제까지의 사드 관련 논의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잘 보여준다. 사드 배치 추진론자들은 사드의 일부분인 엑스(X)밴드 레이더를 북한을 향해 전진모드(탐지거리 1800~2000㎞)가 아니라 종말모드(600~900㎞)로 설치하면 중국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레이더는 3700㎞까지 탐지 가능하며 모드 전환도 어렵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반도 북쪽에서 미국으로 날아가는 중국 탄도미사일을 충분히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쪽 주장과는 달리 사드 배치가 미-중 전략적 균형을 깰 수 있음을 뜻한다. 그 결과는 엄청날 수 있다. 선제공격의 유혹이 커져 미-중 사이 군사적 위험이 커짐은 물론 사드가 배치된 한반도 지역이 중국의 우선 타격 대상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가 미-중 대결의 열점이 되는 것이다. 중국 쪽은 지난 29~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드 배치 추진론자들은 북한의 위협만 고려할 뿐 중국이 개입할 일은 아니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안보 상황이 나빠진다면 새 무기를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사드가 배치될 경우 예상되는 북한의 대응 행동, 미국의 비용 분담 압력, 중국의 보복성 경제 압박 등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두 전문가의 분석 내용도 여러 가능한 미-중 대결 가운데 한 측면에만 국한돼 있다.
사드 배치의 실은 크고 분명하지만 득은 작고 불확실하다. 비싼 무기를 갖다 놓으면 쓸모가 있을 거라는 식의 사고는 위험하다. 정부는 빨리 분명한 거부 뜻을 밝혀 불필요한 사드 배치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