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13년부터 국내 3곳의 미군기지 안 연구실에서 생물학전 대응 실험 등을 하는 ‘주피터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최근 살아있는 탄저균이 경기 오산 미군기지로 배송돼 문제가 된 일은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적어도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고 확실한 위험 통제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실험은 중단돼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이다. 주한미군은 탄저균 사고와 관련해 5월29일 “(실험은) 최초로 실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주피터 프로그램을 이끄는 피터 이매뉴얼 박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군사매체와의 회견에서 ‘2년 전과 달리 이제는 (미군) 연구소에서 샘플들을 정확하게 분석해 온라인으로 결과를 보고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실험 대상에는 탄저균보다 강력한 보툴리눔 등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실험 장소로 선택된 이유의 하나로 ‘한국의 우호적인 태도’가 꼽히지만 미국은 구체적인 실험 내용을 밝힌 적이 없다. 우리 정부도 관련 정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줄 일이 벌어지는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이래서는 위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두 나라는 7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 합동위를 열어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기껏해야 부분적인 보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해법은 미국이 모든 관련 정보를 우리 쪽에 제공하고 실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법과 국제기준에 따라 엄격한 규정을 갖추고 두 나라 전문가의 일상적인 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장치가 없다면 당연히 실험이 재개돼선 안 된다.
생화학무기가 존재하는 이상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위한 연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주체적인 태도다.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이고 미국과 협력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방침이 확실해야 미국에 명료한 요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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