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3일간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황 후보자는 전임 총리 후보자 및 총리들이 청문회를 앞두고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해 그때그때 해명하다가 곤욕을 치른 전례에서 학습효과를 얻었는지 그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들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청문회 때 답하겠다”는 게 고작이었다. 본인으로서야 효과적인 청문회 전술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을 줄 모르지만, 국민의 처지에서는 총리의 자질에 맞는 대범함보다는 어떻게든 ‘청문시험’에 통과하고 말겠다는 교활함이 두드러져 보인다.
황 후보자는 이전 후보자들과 달리 청문회 자료 제출에도 매우 소극적이다. 5일까지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요청한 783건의 자료 가운데 267건만 제출되었고, 황 후보자가 아직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법무부는 123건 중 단 한 건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법조인 출신 후보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했던 수임 관련 자료도 거부하고 있고, 법조윤리협의회는 6일 국회의 결의에도 황 후보자의 19건 수임자료 열람에 응하지 않았다. 시작도 전에 ‘깜깜이 청문회’라는 말이 나온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황 후보자의 병역 면제가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는 강력한 의혹이 제기됐다. 황 후보자는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이라는 희귀병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는데, 병적기록부를 보니 질병 판정을 받기 6일 전에 이미 면제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 병으로는 단 4명만 병역 면제를 받았는데, 황 후보자가 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우연치고는 너무 우연이라는 의심을 사왔다. 더구나 병역 면제를 받을 정도로 고통이 심한 병을 앓으면서 수년간 고시 공부를 했다면서도 이 병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았다는 증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병역 면제’라기보다는 교묘한 ‘병역 기피’가 아니었느냐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공직 후보자의 병역 문제는 절대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한 점이라도 병역 의혹이 남아 있는 한 총리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걸 국회는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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