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제2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진원지로 떠오르면서 시민들 사이에 메르스 공포도 한층 커지고 있다. 하루 새 추가 확진 판정자 14명 중 10명이 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7일 현재 전체 환자 64명 중 17명이나 된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일류 병원’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요 무대가 돼버린 사실이 충격적이다. 병원이란 몸이 아픈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므로 각종 병원균을 퍼뜨릴 잠재적 가능성은 늘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처럼 매일 전국에서 수많은 환자가 모여드는 유명 병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내에서 손꼽을 정도로 최고의 의료시설과 감염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병원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대처 방식은 매우 실망스럽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이 병원 소속 의사는 감염 의심을 살 수 있는 상황인데도 1500여명이 모인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하고 병원 강당에서 열린 학회 심포지엄에도 들른 사실이 드러났다. 정확한 발병 시점을 두고 논란이 있긴 해도, 당시는 이미 국내 첫 환자가 이 병원 응급실을 거쳐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경계가 필요한 상황에서 병원 쪽은 판정 이후 최선을 다했다고 하나 시민의 기준에서도 그랬는지는 의문이다.
제2의 진원지 우려에도 정부가 유독 삼성서울병원 실명 공개를 미적댄 것도 논란거리다. 서둘러 병원 실명을 공개했더라면 해당 병원을 거쳐 간 환자·가족을 상대로 하루라도 빨리 선제대응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정부는 감염된 의사가 2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4일에야 이 사실을 발표해 비난을 샀다.
이를 두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국내 굴지의 재벌이 운영하는 병원이라 정부가 봐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말들이 떠도는 실정이다. 감염된 의사 수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는 소문도 꼬리를 문다.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의 투명하지 못한 태도가 공포와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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