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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빈곤층’ 홀대하는 메르스 대책 안 돼야

등록 2015-06-10 18:42수정 2015-06-10 18:54

국립중앙의료원이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뒤 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일반 환자들이 퇴원 조처를 당하고 있다. 국립의료원은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으로, 환자들 가운데는 기초생활수급권자와 노숙인 등 빈곤층이 많다. 메르스 대응이라는 우선순위에 밀려 이들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에이즈 환자 13명도 모두 퇴원했다고 한다. 문제는 메르스 환자가 있는 국립의료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들이 다른 병원에 입원하는 게 수월치 않고, 의료비 부담 등으로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점이다. 병원마다 문전박대를 당하다 할 수 없이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환자도 있다니 딱한 노릇이다.

당장 메르스 대응에 공공의료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이 과정에서 생명과 건강에 위협을 받는 불의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재난 상황에서 가난한 환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당국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의료진이 아닌 병원 노동자들의 메르스 노출 위험에도 주목해야 한다. 10일 현재 간병인 5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대형병원 청원경찰 한 명도 메르스에 감염됐다. 간병인은 환자를 밀착해 보살펴야 하는 일의 특성상 감염에 취약한데도 감염 예방을 위한 보호장구나 사전 교육 등은 부실한 게 현실이다. 병원이 아닌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고용되는 특수고용 형태여서 노동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염 예방 조처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로 보호할 수밖에 없다. 청원경찰 역시 간접고용 노동자인 경우가 많은데, 원청인 병원 쪽이 이들의 감염 방지에도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지역사회로 감염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처들이다.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서비스직 노동자들도 마음대로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하는 항공사 직원들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할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무언의 압력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마스크 착용으로 고객에게 불안감·위화감을 조성하는 부정적 효과보다는 철저한 위생관리와 신뢰라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해당 업체들은 알아야 한다.

전 국민이 합심해야 하는 메르스 대처에 계층이나 직종, 직분에 따른 소외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런 점도 세심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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