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심상찮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한달 가까이 온 나라를 휩쓰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뭄마저 전국 곳곳을 바짝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가뭄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수량은 평년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들어 수도권과 강원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각각 평년치의 56.7%, 58.5%에 그쳤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가 오지 않다 보니 전국 주요 댐의 저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집계를 보면, 10일 오후 3시30분 현재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의 수위는 153.39m까지 떨어졌다. 1973년 댐 준공 이후 역대 최저치인 151.93m(1978년 6월24일)까지 채 2m도 남지 않았다. 저수율도 26.8%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대로 가다간 발전 중단 수위인 150m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크다. 같은 시각 기준으로 충주댐의 저수율도 23.3%에 그치고 있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도 전국 곳곳에 수두룩하다.
당장 가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업용수가 없어 모내기를 포기하는 지역이 늘고, 어렵사리 모내기를 마친 논이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사례도 잇따른다. 이날 현재 전국 논 2181㏊, 밭 2766㏊가 말라붙었다. 가뭄 피해는 농민뿐 아니라 채소 가격 급등 등 도시민의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배추와 감자, 대파 등 주요 채소 가격은 평년보다 40~50%까지 급등했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 감소에도 가격이 이 정도 뛸 정도니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메르스 사태에 총력 대응해야 하는 정부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가뭄 피해에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우리에게 가뭄이 이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가뭄이 일상화할 것이라 내다본다. 이미 우리나라는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우리나라의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 정도다.
물은 지속적인 경제발전뿐 아니라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 자원이다. 가뭄이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떠올랐으니,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후세대까지 시야를 넓힌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종합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간이 용수원 개발 같은 시급한 조처가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거기에 그쳐선 안 된다. 가뭄을 이겨내는 데도 골든타임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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