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네 차례 내리면서 사상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까지 겹친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의 이번 조처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이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부정적 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해야 할 때다.
1.5% 기준금리는 한은이 처음 선택한 것이어서 부담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경제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 파장이 커지면서 내수에는 주름살이 깊게 파이고 있다.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매출과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드는 게 뚜렷하다. 조금씩 나아지던 소비지표의 추세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수출은 벌써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엔화 약세의 여파가 원체 큰데다 세계교역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해 성장률이 3%를 밑돌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상승률이 0.5%를 나타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3년째 밑돌고 있다.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늘려주지는 못한 채 경기 둔화세에 일조하는 양상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이런 상황을 크게 개선하지는 못해도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는 얼마간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무엇보다 11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문제가 걱정스럽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낮추도록 해야 한다. 가계부채 등과 관련한 금융불안을 더는 데는 이런 건전성 규제 정책이 기준금리 정책보다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얼마 전 현행 한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한계 채무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더 있다. 기준금리 인하 조처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재정 확대 방안을 비롯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수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추가경정예산의 편성도 검토해봄 직하다.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 그저 그런 내용의 나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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