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의 초등학생 자녀가 12일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10살 미만에서 나온 첫 양성반응 환자여서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메르스 대처는 또 신뢰를 잃었다. 방역당국은 어린이의 경우 메르스에 잘 걸리지 않고, 걸린다 하더라도 증상이 없이 완쾌한다고 설명해왔다. 이번에 양성 판정을 받은 어린이는 지난 10일 새벽 37.8도까지 치솟는 고열에 시달렸다.
정부의 판단과 예측이 자꾸 깨지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도 속수무책의 심정이다. 메르스는 노약자에게 위험할 뿐 건강한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가 젊은 나이에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인공호흡기를 착용할 정도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일부 언론이 불확실한 정보로 ‘뇌사설’ 등을 보도한 것은 잘못이지만, 메르스의 독성에 대해 우리가 너무 경시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평택의 경찰관인 119번 환자의 경우 보건당국의 판단과 달리 병원 내 감염이 아니라는 정황이 새로 드러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새로 확진된 평택굿모닝병원의 간병인도 병원에서 일한 시기가 다른 메르스 환자의 입원 기간과 다르다고 한다. 병원 밖 감염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외국의 경험에 바탕을 둔 메르스 관련 정보는 실제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과 상당 부분 들어맞지 않는다는 게 그동안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그렇다면 국내의 감염·전파 양상을 면밀히 분석해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에 맞는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대한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며 희망적인 판단으로 일관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가능한 모든 감염 경로를 전제로 한 방역대책을 세우고, 어린이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대국민 경보를 울려야 한다. 특히 다음주에는 서울·경기 지역에 내려졌던 휴교령이 풀리는데, 휴교령을 해제하는 것이 옳은지, 학교 방역체계에 허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 사태의 출발점은 단 한명의 환자였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다시 한명의 환자를 놓치면 그동안 피땀 흘린 방역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메르스 확산이 주말을 거치며 진정세로 돌아선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때일지라도 정부의 대응은 더 치밀하고 섬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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