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장기 태세 필요한 메르스 대응

등록 2015-06-15 18:39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 삼성서울병원을 통한 대규모 확산이 지난 주말 잠복기 종료와 함께 수그러들 것이라던 예측과 정반대로, 방역망을 벗어나 있던 의료진과 환자이송요원 등이 발견되면서 긴장과 불안이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미 ‘4차 감염’이 현실화했고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사설 구급차 운전자와 동승자가 처음으로 4차 감염자로 확인된 데 이어 15일 3명의 4차 감염자가 추가로 나왔다. 자신이 감염된 줄 모른 채 일상생활을 해온 3차 감염자가 9명이나 확인된 상태다. 일부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회사에 다니고 학교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접촉한 사람들이 감염됐을 경우 잠복기는 최대 6월26일까지라고 한다. 4차 감염이 어떤 형세를 띨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감염자의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건강했던 환자도 심각한 증세를 겪는 등 불안 요인도 커지고 있다. 격리 대상자는 1만여명으로 늘어날 기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메르스 유행이 대규모이고 복잡한 상황이므로 대응 조처가 완전한 효과를 발휘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단기간에 해결될 것을 예상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내놓은 메시지는 여전히 낙관론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준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과 언론 등 모두가 국민에게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전국가적으로 전력투구하는 만큼 조만간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고 국민생활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총력을 기울여 대처하고 이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정부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 방역 조처를 병원 쪽에 떠맡겼다가 실패가 드러나고서야 뒤늦게 개입하고 나선 것이다. 메르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역학조사도 총체적 부실을 겪고 있다. 조사 대상 인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전문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공공·민간 방역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메르스 확산의 양적·질적 위험성이 계속되고 있고 정부 방역체계의 허점도 여전한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사항만 읊조리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근거 없는 낙관으로 총력 대응 태세를 흐트러뜨리기보다는 추가적인 위험 요인을 정확히 판단하고 장기전 태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