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15일 정부 부담으로 외국 관광객을 안심시킬 수 있는 메르스 보험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가 제시한 상품 내용을 보면, 메르스에 걸리면 여행 경비와 치료비에다 3천달러까지 지원금을 받는다. 숨지면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겠다고 한다. 병에 걸리면 돈으로 보상해준다며 안심하고 관광 오라고 하다니,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황당한 발상이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보자. 어느 외국이 정정이 불안하고 테러나 납치가 빈발하여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았다고 치자. 그 나라에서 테러를 당하면 보험으로 보상해줄 테니 걱정 말고 관광 오라고 한다고 누가 그에 호응하겠는가. 과연 그런 정신 나간 관광객이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한국이 얼마나 위험하기에 저런 극단적인 처방까지 내놓을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아예 위험하다고 광고를 하는 꼴이라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실효성이 전혀 없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2일부터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이 보험상품을 당장 시행한다고 한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 방역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고 대응 시기를 놓친 정부가 이런 황당한 아이디어는 발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것도 볼썽사납다. 안심관광 보험 상품을 발표한 뒤 에스엔에스에서 “나도 외국인이고 싶다”는 힐난이 쏟아지고 있다. 내국인은 벌써 19명이 숨지고 5천여명의 격리자가 고통을 겪는 마당에, 외국인한테 특별 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이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 게다. 관광 지원도 좋지만 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행태는 세월호 사건 때와 닮은 면도 있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은 도외시한 채 보상금부터 거론했다.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 상태에서 돈으로 문제의 노출만 틀어막고 보자는 발상이 여전한 셈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외국 관광객이 줄어 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으니 정부가 산업계의 피해를 살피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사태가 어려울수록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가 메르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국인, 외국인을 가릴 것 없이 불안을 잠재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문체부의 아이디어는 관료들이 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눈속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정부가 이런 발상에 머무는 한 사태의 해결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