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은 소강국면에 들어선 듯하다. 하지만 18일에도 메르스 환자가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서 치료받은 사실이 드러나 이곳을 이용한 환자 111명을 격리했다. 또다른 환자는 확진 전 제주도를 3박4일 동안 여행한 것으로 확인돼 지금까지 메르스 환자 발생이 없던 이 지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격리 대상자가 7000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완벽한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망의 구멍이 매일같이 불거지다 보니 사태가 앞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전개될지 답답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평택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에서처럼 폭발적인 확산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산발적인 확산 사례는 몇 차례 더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잠복기와 감염 경로에 대한 기존 공식이 불확실해진데다 격리 대상에서 빠져 있던 3차 감염자들이 많아 이후 4차 감염의 양상은 섣부른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언제까지 메르스를 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건 또다른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광범위하게 퍼진 불안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도 아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전망을 내놓고 국민의 인내심에 호소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 그러면서 감염병 대응체계를 항시적인 체계로 전환하고 인력과 자원을 더 과감히 투입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메르스가 언제 완전히 퇴치될지도 알 수 없지만, 어떤 신종 전염병이 다시 국내에 침투할지는 더더욱 모르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에서의 메르스 감염 확산은 모든 국가가 예기치 않은 전염병 발발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듯 감염병은 인류의 일상적 위험이 됐다. 이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더욱 철저한 대비만이 근본 해법인 것이다.
현재 구성돼 활동하고 있는 각종 대책기구들은 일시적 비상기구라는 생각을 버리고 당장의 메르스 대응뿐 아니라 항구적인 감염병 대처를 책임지는 기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메르스 즉각대응팀을 상시적 감염병 대응기구로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즉각대응팀에 국한할 이유는 없다. 현장을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함께 적극 대처하는 게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확인됐다. 지자체의 자원 배분에서 방역·보건 분야의 비중을 높이고 자체적인 감염병 대응 상설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목표 제시는 메르스 퇴치를 넘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확대돼야 한다. 실패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메르스를 상대로 한 당장의 싸움에서도 이기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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