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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일 미래,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열쇠 있다

등록 2015-06-22 18:36수정 2015-06-22 20:52

22일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국교를 맺은 지 꼭 50주년 되는 날이다. 보통이라면 서로 축하해야 마땅한 날이지만 지금 두 나라 사이엔 맘 놓고 그렇게 할 수 없는 무거운 공기가 감돈다. 그나마 서울과 도쿄에서 열리는 두 나라 대사관 주최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교차 방문하고, 윤병세 외교장관이 처음 일본을 방문하면서 질식상태에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다행이다. 특히 전날 외교장관 회담에서 최근 대립의 한 소재가 되었던 일본 근대화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문제에서 타결을 본 것은 좋은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고위급 차원의 접촉과 움직임이 꽉 막혀 있는 두 나라 관계를 타개하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때 식민지 피지배국과 식민지 본국이라는 특수관계에 있던 두 나라의 수교 50년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미국의 강한 개입 아래 소련-중국-북한의 공산세력에 맞서는 반공냉전 체제 구축 차원에서 수교가 이뤄진 탓에 양국에서 모두 반대운동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 없는 수교에 반대하는 운동이 거셌고, 일본에서도 사회당과 공산당 등을 중심으로 한-일 수교를 계기로 냉전의 한 대립축에 포함되는 것에 반발했다. 또한 1970년대 초에는 김대중 납치 사건(1973년)과 재일동포 문세광의 육영수 저격 사건(1974년)으로 단교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일 수교는 두 나라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한국은 일본이 제공한 경협자금을 잘 활용해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도 일본의 기술, 자본, 경영 노하우, 무역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일본 역시 한국과의 무역으로 막대한 흑자를 거뒀다. 이렇듯 두 나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동아시아의 ‘쌍둥이 국가’로 성장했다.

최근의 한-일 갈등은 1965년 한일협정 체제가 시대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탓이 크다.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교토 정상회담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결렬된 이래 양쪽 지도자 간의 불화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론 냉전 해체와 함께 찾아온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과거사 문제 해결 없이 탄생한 한일협정 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대 현안인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는 이런 맥락에서 불거진 것이다. 근자엔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시각 차이도 주요 갈등 요인으로 등장했다.

두 나라 갈등을 푸는 데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채택한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은 큰 시사점을 준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반성을 표명했고, 김 대통령은 평화헌법 아래서 일본이 전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아가기로 했다.

1998년의 정신이라면 두 나라의 어떤 갈등도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두 나라 정상은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발전시키는 데서 앞으로 50년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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