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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의 사과, 대통령의 침묵

등록 2015-06-23 18:39수정 2015-06-23 21:1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메르스 확산의 최대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직을 최근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 부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사과를 한 것은 당연하다. 18일 민관합동메르스대책본부를 찾아 간접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내용과 형식 모두 부족했다. 이번 사과문 발표는 그때보다 더욱 무게가 실려 있다. “참담한 심정”으로 “머리 숙여 사죄”했으니 이제 그 후속 조처를 지켜볼 일이다.

이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응급실 등 진료환경 개선, 음압병실 확충,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등 구체적인 약속을 내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느낌이 들지만 필요한 대책들이다. 하지만 이보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눈에 띈다. 삼성서울병원의 실패를 낳았던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진정한 재발 방지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공공성보다 수익을 우선시하고, 튼실한 기본기보다 화려한 성과만 내세우고, 외부의 비판과 견제를 무시하는 ‘제일주의’의 오만이야말로 이번 실패를 가져온 원인이라는 지적에 이 부회장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찾아낸다면 삼성서울병원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에도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와중에서도 삼성 쪽이 최고 책임자의 직접 사과와 혁신 약속을 내놓은 것은 국민의 불신과 지탄이 그만큼 크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다.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로서는 사태를 한층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로 볼 때 합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이 국정의 모든 일에 다 개입하지는 못한다. 대통령은 모든 상황을 종합 판단해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일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을 씻고 재난 극복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습책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또다시 실기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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