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팀이 24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에 관여한 혐의로 노건평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과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출석도 요구했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없는 이름들이다.
누구든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이 수사 중 드러난 단서를 확인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맡겨진 ‘숙제’는 밀어둔 채 엉뚱한 곳만 두드린다면 다른 문제다.
검찰 특별수사팀의 핵심 수사 대상은 ‘성완종 리스트’의 8명이다. 검찰은 이 중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소환조사했지만, 그 뒤에는 수사에 전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6명에 대한 서면조사는 “리스트에 이름이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돈을 받은 사실이 있나” 등 답이 뻔한 면죄부성 문답으로 조사 시늉만 했다. 성 전 회장이 2007년 3~4차례에 걸쳐 7억원을 줬다는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2006년 미화 10만달러를 전달했다는 김기춘 전 실장 등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검찰의 두둔까지 받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핵심 요직을 맡아 성 전 회장으로부터 2억~3억원씩을 받았다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도 불기소될 것이라고 한다. 홍 의원만 한차례 검찰에 나와 성과 없는 조사를 받았을 뿐, 두 현직 시장 등 나머지 5명은 소환조사도 없었다. 검찰이 중간에서 돈을 전달했다는 이를 한달 가까이 방치하고 핵심 수사 대상에 대한 계좌추적도 하지 않았으니 수사라고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 터다.
그렇게 의혹의 몸통엔 손도 못 댄 검찰이 엉뚱하게 리스트 밖의 인물을 수사한다고 나섰으니 의심을 사는 것이다. 노건평씨만 하더라도 검찰이 혐의를 둔 것은 2007년의 일로, 김 전 실장의 경우처럼 공소시효가 지났다. 노씨를 불렀다면 김 전 실장 등을 소환조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수억원씩 줬다는 ‘준 사람’의 말이 있는데도 ‘받은 사람들’을 불러 조사하지 않은 검찰이, 정작 그런 진술도 없는 야당 의원이나 여당의 비주류 인사는 몇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득달같이 불러들였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눈도 못 돌리면서 엉뚱한 쪽으로 눈을 부라리는 형국이다. 그런 식으로 ‘끼워넣기’와 ‘물타기’를 시도한들 부실수사가 감춰질 순 없다. 지금 검찰은 특검의 재수사를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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