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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성결혼 합법화’의 도도한 흐름

등록 2015-06-28 18:57

“동성 커플들의 희망은 비난 속에서 외롭게 살거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의 하나로부터 배제되는 게 아니라 법 앞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26일(현지시각) 결정문 가운데 한 구절이다.

미국 대법원의 결정은 동성결혼 합법화가 지구촌에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음을 보여준다. 이미 미국 외에 20개 나라가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일찍부터 동성결혼 합법화 요구가 분출했던 유럽 나라들이 많지만 브라질·우루과이·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포함된다. 네덜란드가 2001년 처음 동성결혼을 허용한 지 불과 14년 만이다. 미국 대법원은 2013년 이성 사이의 결합만 결혼으로 인정한 결혼보호법에 대해 부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주가 부쩍 늘어 이제 36곳을 헤아린다. 이번 결정은 주 단위가 아니라 나라 전체 차원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한 것이다.

동성결혼 합법화 추세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회 발전과 동떨어진 게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인들도 20년 전에는 80% 넘게 동성결혼에 반대했으나 이제 60%가량 찬성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결정에 대해 ‘수십년간 노력해온 당사자와 지지자들의 승리이자 미국의 승리’라고 했다. 동성결혼 인정은 일차적으로 평등권을 비롯한 인권의 문제다. 동성커플이 겪는 차별과 불이익 등의 제거가 핵심이다. 보수적 종교인을 비롯한 반대자들은 남녀의 결합만을 결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랑과 친밀감이 남녀 사이에만 국한돼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는 지구촌의 이런 흐름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28일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는 개신교 단체 사람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이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를 명시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논란 때문에 무산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이 사랑과 연애·애정·연인·애인 등 다섯 단어의 뜻을 성 중립적으로 바꿨다가, 기독교 단체 등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항의하자 지난해 초 남녀를 분명하게 명시한 이전 정의로 되돌리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성소수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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