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활동시한인 29일까지 단일안 합의에 실패했다. 과거에도 대부분 활동시한을 넘겨서야 최저임금안이 마련된 터라, 논의의 물꼬가 완전히 끊겼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올해 논의 과정에서는 경영계의 소극적이고 무성의한 태도가 두드러진다.
경영계 대표 위원들은 25일 제7차 전원회의 도중 퇴장한 데 이어, 29일 제8차 회의에도 불참했다. 최저임금을 시급과 월급 단위로 함께 표기하자는 공익위원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급-월급 병기’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저임금을 시급 단위로만 나타내다 보니, 응당 줘야 할 유급휴일수당 등을 떼먹는 악덕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경영계는 현장의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 주장하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영계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어 오지 않았던가.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소득 증대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의 첫 실마리라는 공감대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나섰고, 독일에선 소비 증가가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3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소득 증대가 불가피하다며 앞장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불을 댕긴 바 있다.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를 살리자면, 최저임금은 가구 평균 생계비의 절반 정도는 되는 게 온당하다. 노동계와 야당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내세우는 근거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고용시장에도 역효과를 낼 것이란 우려가 있으나, 꼭 그렇게만 볼 건 아니다. 한계상태에 이른 중소기업과 자영업 문제는 별도 해법으로 풀어야 할 정책과제다. 최저임금 인상이 외려 고용 증대에 도움을 줬다는 실증연구도 많다. 최저임금 인상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릴 기회다. 이제라도 경영계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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