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7월 중에 방북하는 것으로 남북 사이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육로로 방북해 평양 어린이보육원 등을 방문하고 가능하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의 방북이 꽉 막힌 남북관계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금 남북관계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대북 전단, 대북 경제봉쇄 등 해묵은 문제에다 최근 서울 북한인권사무소 개소, 남쪽의 독자적인 대북 금융제재 등 새 갈등요소가 더해졌다. 북쪽 당국이 “(남북관계는) 더 이상 만회할 수도, 수습할 수도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며 “최후의 결판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성명을 냈을 정도다. 8·15 70돌 공동행사도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이사장의 방북은 새 흐름을 만들 전기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바뀌려면 양쪽 당국의 자세가 모두 달라져야 한다. 먼저 북쪽은 남북관계에 대해 ‘전술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쪽이 다른 모든 남북대화를 거부하면서도 이 이사장 방북 관련 접촉을 받아들인 데는 ‘상대하기 쉬운 사람하고만 만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통일전선전술이다. 이런 접근방식으로는 남북관계의 수준이 높아질 수 없다. 남북 사이 현안들은 서로 이견이 있더라도 당국 간의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서만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남쪽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다. 남쪽은 북쪽에 비해 훨씬 많은 자원을 갖고 있다.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더라도 남쪽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의 내용과 질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북쪽의 불안감을 덜고 남북관계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이다. 금강산관광 재개 등이 그런 예가 될 수 있다. 5·24조치 완화·해제 문제도 조건을 달면서 ‘만나서 얘기하자’고만 할 게 아니라 가능한 조처를 먼저 취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남북대화의 목적이 북쪽을 굴복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닌 이상 선후관계를 너무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희호 이사장을 면담한다면 처음으로 남쪽 주요 인사를 만나는 게 된다. 정부는 이 만남이 이뤄져 새 남북관계의 가교가 되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 이사장을 사실상의 특사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열린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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