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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

등록 2015-06-30 18:48

정부는 30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를 감축하는 내용의 기여방안을 확정해 유엔에 제출했다. 11일 발표한 4가지 감축안을 넘어서는 ‘의욕적인’ 수준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22%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사회적 논의를 하자고 내놓은 감축안을 한 달도 안 돼 철회하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주문” 등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낸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국제사회에 한 2020년까지의 감축 약속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산업계 주장에 안이하게 기댄 나머지 국제사회에서 통하기 힘든 감축안을 만든 탓이다.

이번에 확정한 감축안도 국가의 장기목표라는 점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기존에 약속한 2020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견줘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이번 감축안 역시 ‘후퇴 금지’의 국제약속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축안대로라면 2020년까지 5년 동안 1억t 이상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동안은 710만t만 줄인다는 계획이다. 결국 2020년 목표를 낮출 수밖에 없고, 정부 당국자도 목표 수정 가능성을 인정했다.

전체 감축량의 3분의 1가량을 국제 탄소시장을 통해 충당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지난해 리마선언에서 국외 감축의 원칙이 합의되었고 일부 국가가 이를 채용한 감축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분야인데 너무 큰 비중을 두었다. 이처럼 불확실한 수단을 동원한 근본 원인은 국가 전체의 감축률은 37%인데 산업계의 감축률을 배출 전망치 대비 12% 이내로 낮춰주었기 때문이다. 산업 부문이 회피한 부담은 일반 국민과 상업 등 다른 부문이 떠맡을 수밖에 없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이런 추가 감축분을 대부분 원전 증설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사고 가능성과 핵폐기물 처분 등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핵산업 확대 정책이 온실가스 대책을 세운다며 슬그머니 기정사실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보면 눈앞의 손실을 걱정하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밀려 먼 훗날을 내다보는 산업정책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 경제협력개발기구 6위, 역사적 누적 배출량 세계 16위 나라에 걸맞은 국제적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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