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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깊어진 검찰의 병, 이대로 둘 수 없다

등록 2015-07-03 18:33

2일 검찰이 발표한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를 수긍할 이가 얼마나 될까. 검찰은 사건 본질에 대해선 수사를 하는 시늉도 없이 무혐의 처리하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죽음으로 한 고발을 거짓으로 몰았다. 그러면서 사건 핵심과는 거리가 먼 노건평씨의 특별사면 관여 의혹은 잔뜩 키웠다. 의혹을 덮고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뻔한 수법이다. 그런 행태는 이미 여러 차례 봐왔다. 그런데도 다시 반복됐다. 국민을 깔보고 거듭 속이려 드는 검찰 앞에서 사람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병은 이제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가장 큰 병은 정치권력이 원하는 대로 수사 결과를 만들어주면서도 이를 잘못으로 여기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게 된 것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권력형 비리와 불법 대선자금 의혹의 규명이다. 리스트에 오른 이들 가운데는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 3명,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핵심 인사가 역시 3명 있었다. 다들 권력 핵심이다. 검찰은 이들 대부분을 소환조사도 없이 서면문답만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기소됐거나 앞으로 계속 수사를 받을 사람들은 야당 쪽이거나 여당 내 비주류다. 수사 초기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여야 구분 없는 “정치개혁 차원”의 일로 규정하며 사건 본질을 뒤바꾼 것과 맞아떨어진다. 노건평씨를 특별사면 관련 의혹으로 톡톡히 망신 준 것도 “고 성완종씨의 연이은 사면에 대해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4월 말 청와대의 공개 주문 그대로다. 권력의 그런 요구대로, 검찰 수사는 한발짝도 더 나가지 않았다. 척결해야 할 ‘거악’의 실체가 눈앞에 있는데도 못 본 척 엉뚱한 데만 들쑤시며 시간을 보낸 결과다. 이로써 검찰은 집권세력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 사건은 수사할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검찰에선 자성의 목소리나 자정의 움직임도 없다. 사건을 정권 입맛대로 처리한 문무일 검사장 등 수사팀의 영전·승진 전망만 무성하다. 검찰은 이제 권력의 충실한 도구이자, 몇몇의 출세 수단일 뿐이다.

검찰의 타락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함께 보유한 한국 검찰이 기형적인 권한을 권력의 뜻에 맞춘 조작에만 쓴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바로잡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인사권을 휘둘러 검찰을 조종하고 오염시킨다면 검찰 인사의 독립성을 강화할 방법부터 찾는 게 옳다. 괴물로 변해가는 한국 검찰에는 비판 이상의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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