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6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 표결에 불참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뜻을 좇아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도록 만들고,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시키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자신들의 손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대통령이 거부한다고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꾼다는 것인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고도 국회 제1당으로서 의회민주주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지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 법안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치자. 그 경우에도 새누리당이 공당이라면 최소한 국민 앞에 이유를 떳떳하게 설명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 찬반토론이 그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을 상정할 때 소속 의원들을 아예 집단 퇴장시키겠다고 한다. 각자 자율성을 갖는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권한과 책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 아닌가. 조직폭력배 두목이 눈을 부라리면서 수하들을 감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꼴인데 새누리당 국회의원 160명 가운데 변변히 항변하는 사람이 없는 점도 기이하다.
김무성 대표의 처신은 더욱 실망스럽다. 김 대표는 지도부에 오를 때 여당과 청와대가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정치가 제구실을 찾도록 하겠다 하여 나름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에 김 대표는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몰아내는 데 가세하는 듯한 분위기다. 당 대표로서 강단 있는 지도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유 원내대표도 청와대와 친박 세력의 압박이 거세다고 하나, 여기서 맥없이 물러난다면 신뢰에 심한 손상이 갈 것이다. 여당이 청와대 거수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던 그의 다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 말기 국회에 유신정우회(유정회)라는 교섭단체가 있었다. 유정회는 국민의 직접선거 절차 없이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대통령이 사실상 지명하여 만든 청와대 거수기였다. 지금 새누리당의 행태는 유정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당정치를 왜곡시키고 권력의 독주와 독단적 행사를 초래할 매우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극단적 행동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가면 좋겠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금부터라도 양식을 되찾아 헌법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6일이 우리 정치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기는 날로 기록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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