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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엘리엇’의 대결, 승패보다 배움이 중요하다

등록 2015-07-05 18:51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17일의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이를 반대하는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 쪽의 대결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고 있다. 마침 세계 1, 2위의 의결권 자문회사인 아이에스에스와 글래스루이스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투자자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을 내놔 합병 성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삼성 쪽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삼성 쪽도 아이에스에스 보고서에 대해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전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합병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주총 출석 주식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상태로서는 엘리엇이나 삼성 쪽 모두 찬성과 반대에 필요한 주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결국 양쪽이 막판까지 ‘부동 주식’을 얼마나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이런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자문회사가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는 보고서를 내면서 삼성-엘리엇 사이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투표라는 것이 뚜껑을 열 때까지 알 수 없고 삼성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네트워크도 과소평가할 수 없는 만큼 주총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엘리엇 쪽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총 결과도 결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통해 삼성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은 이번 사태를 통해 세계시장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행위와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경영방식은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고 본다. 엘리엇이 아무리 호시탐탐 먹잇감을 찾는 ‘불량 펀드’라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는 허술한 경영으로는 더 이상 세계무대에서 일류 기업으로 활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이 삼성그룹의 3세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조급하게 추진되었다는 분석과 관련해서도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 있다. 국제화·정보화·투명화 시대에서 시장의 논리에 반하는 경영 행위는 점점 더 지지받기 어려워지고, 무리한 추진은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큰 비용’을 수반하게 한다는 점을 삼성 쪽은 이번 과정을 통해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엘리엇 사태가 주는 교훈은 단지 삼성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정치·외교·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몸은 세계, 정신은 골방’의 엇박자를 성찰·시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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