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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승민 거취, 의원총회에서 결정하라

등록 2015-07-06 21:19수정 2015-07-06 23:42

새누리당 의원들은 끝까지 비겁하고 무기력했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투표를 했으나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에 따른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삼권분립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안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삼권분립 포기’로 무릎을 꿇은 셈이다.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가 무산된 뒤 “헌법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으로 염치없는 논평이 아닐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 결과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을 포기한 데서 온 수치이다. 바꿔 말하면 ‘헌법의 가치’를 재확인한 게 아니라 ‘대통령 으름장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씁쓸한 결과일 뿐이다.

국회법 개정안 문제가 어쨌든 일단락되면서 이제 관심의 초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쏠리고 있다.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새누리당 내 압박도 한층 커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첫번째 논거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당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 대상은 당연히 유 원내대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는 억지 주장이다. 만약 표결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받아들였다면 또 모를 일이다. 새누리당은 표결 결과가 두려워 아예 당론으로 표결 불참을 결정할 정도였다. 실제로 정치권 기류를 보면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겼으면 거부권이 부결될 가능성이 더 컸다는 관측이 많다. 의원들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은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 원내대표의 조기사퇴론을 펼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맞서는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물러서야지 대통령이 물러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한다. 유 원내대표가 물러서지 않으면 친박계가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당이 시끄러워지고, 여당이 시끄러워지면 나라가 휘청거리니 유 원내대표가 손해를 보더라도 그만두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아무런 원칙도 없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없이, 오직 대통령 한 명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 여권이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다. 대통령 한 명의 짜증 정치, 협박 정치에 굴복해 원내대표 한 사람을 ‘집단 이지메’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집권여당의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최소한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는 것이 옳다. 마침 친박계의 김태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7일 오전까지 거취 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 의총을 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런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의원들의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마구잡이로 쫓아낸다면 앞으로 여당 원내대표는 차라리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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