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오름세가 좀체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사철이 아닌 한여름인데도 전세난이 이어지며 값이 계속 치솟고 있다. 그 여파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지난달 69.6%에 이르렀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6곳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넘었고 성북구의 경우에는 76.7%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치(71.9%)는 70%를 돌파한 지가 꽤 됐다. 고삐가 풀린 아파트 전셋값을 잡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파트 전세가율이 이리 높다는 것은 위험신호다. 물론, 70%가 절대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대 최고 수준이던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60%대 후반이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아넘기기 어렵다.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의 급락으로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 애를 먹은 입주자들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하거나 하면 이런 위험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깡통주택’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경제·사회적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높은 전세가율은 이미 큰 짐을 지우고 있다. 입주자들이 늘어난 전세금을 대느라 헉헉대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모자라는 금액만큼 은행 대출 등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이자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부담은 가볍지 않다. 결국 소비 등을 줄일 수밖에 없어 후생이 감소할 뿐 아니라 경기 부진을 더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 마련이다. 가계부채를 키우는 위험도 적지 않다. 안 그래도 가계부채는 1100조원에 이르고 있다.
당장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의 여건 변화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 등이 굳어지고 있어서다. 지금의 전세난이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할 일이 있다. 우선 높은 전세가율이 지속되면 매매를 촉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전세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세제와 금융 부문에서 세입자 지원방안을 더 찾아봐야 한다. 이참에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시장원리를 내세운 채 이들 제도를 도입하는 데 머뭇거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값싸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주택에 대한 소유 관념을 거주 관념으로 바꾸면서 주거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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