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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습관성 위반’이 된 교육공약

등록 2015-07-07 18:47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고교 무상교육 단계적 실현, 초등 돌봄학교 확대, 3~5살 누리과정(무상보육) 지원, 반값 등록금 2015년까지 실현 등 굵직한 교육 공약으로 표심을 잡았다. 그러나 이제껏 제대로 실행된 게 드물다. 누리과정 공약은 익히 보아온 대로 중앙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면서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일으켰다. 시·도교육청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궁여지책으로 근근이 사태를 봉합하고 있을 뿐 근본적 해결은 이뤄지지 않아 언제 또 불씨가 타오를지 알 수 없다.

여기에 고교 무상교육 공약도 비슷한 논란에 빠져들 조짐이다. 애초 2014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약속이 2년간 지켜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폐기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자 교육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예산 2461억여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읍면·도서벽지 등에 우선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액수다. 2018년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2조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국고 지원은 어려우니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태도라고 한다. 가뜩이나 누리과정 예산까지 떠안은 시·도교육청에 여력이 있을 리 없다. 교육부조차 “고교 무상교육은 대규모 재정 소요가 발생하며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전국 단위 사업”이라며 국고 반영을 주장한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마찰에 이어 중앙정부 내부의 의견 대립까지 겹친 꼴이다. 이대로 간다면 공약을 이행하는 시늉만 내다가 접어버릴 공산이 크다.

초등 돌봄학교 공약도 올해부터 3~4학년, 내년부터 5~6학년으로 확대하겠다던 약속이 감감무소식이다.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은 재원의 44%를 대학에 떠넘겼다. 내년에 전면 실시되는 자유학기제 정도가 그나마 제 궤도를 타고 있는 교육 공약이다.

결국 대선 과정에서 장밋빛 공약으로 생색은 박 대통령이 다 내놓고, 정작 막대한 재원은 대부분 시·도교육청 등에 떠넘긴 채 중앙정부는 수수방관하는 게 공식처럼 굳어진 듯하다.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다. 교육정책만큼 많은 국민의 속을 태우고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분야도 드물다.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교육 공약은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 예측 실패나 사정 변경으로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면 정확한 설명을 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마땅하다. 또 지방교육재정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시·도교육감들을 설득하는 등 협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오불관언의 태도는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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