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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권력 비판 게시물’ 봉쇄 의도 아닌가

등록 2015-07-09 18:42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9일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개정 방향은 인터넷에서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가 신청해도 심의하고 삭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하나 대통령 등 소수 권력자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봉쇄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현행 심의제도는 인터넷 공간에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느낀 당사자가 방심위에 심의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친고제 취지를 살린 것으로 이 정도 장치면 일반 시민들이 권익을 지키는 데 크게 부족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 대통령 같은 고위 인사들이 현행 제도에 불편을 느낀 것이 아닐까. 이들을 비판하는 인터넷 게시물이 워낙 많고 일일이 자기 이름으로 심의 신청을 하기도 곤란하니까 다른 방안을 찾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 경찰이나 다른 국가기관이 대신 인터넷 공간을 모니터하고 대신 심의 신청을 해준다면 더없이 편리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바로 인터넷 공간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수많은 게시물들이 한꺼번에 명예훼손으로 지목되어 삭제당하는 일이 예상된다. 인터넷 공간에서 요즘 화제가 되는 ‘박근혜 번역기’ ‘그네 문학상’ 같은 풍자 코너도 한순간에 축출당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나 다른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통해 권력 행사를 감시하고 비판할 표현의 자유가 크게 제약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러잖아도 요즘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일이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을 풍자하는 전단을 돌리던 시민이 체포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개그 프로그램의 정치풍자마저 방심위가 제재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올해 60위로, 2006년 31위보다 스물아홉 단계나 떨어졌다. 이제 권력기관이 인터넷 게시물까지 샅샅이 뒤져 삭제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방심위가 인터넷 공론장의 암흑시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개정 작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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