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저임금이 8.1% 오르는 데 그쳤다. 시급으로 올해보다 450원 오른 6030원이고, 월급으론 126만270원이다. 정부 스스로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 터여서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결과는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번 인상폭이 2008년 이래 가장 크다지만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계난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절망스러울 정도로 낮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13년 발표한 미혼 단신 노동자의 실태생계비가 월 150만원이고,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로도 2014년 기준 도시근로자 1인 가구 가계지출이 월 166만원이다. 노동자 혼자 간신히 살아가는 데도 시급 7200원~8천원 수준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 가구가 평균 2.5명이니 가구당 최저생계비는 월 200만원이 넘는다. 노동계가 애초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던 이유다. 그나마 8천원 선으로 양보했는데도 결정된 것은 노동력의 재생산은커녕 최소한의 생존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돈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한번 해보라”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회연설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수준의 최저임금으로는 소득양극화 완화도, 서민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도 다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던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현실화와 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거듭 밝혀왔다. 그 말대로 소득이 성장을 주도하려면 임금 인상의 효과가 저소득층에 집중돼야 한다. 그래야 구매력이 높아지고 창업 유인도 줄어 영세 자영업의 과잉경쟁 압박이 느슨해질 수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당연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영세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을 방패 삼은 재계의 뜻대로 적당한 ‘흥정’에 머물렀다. 경기 진작의 선순환으로 전환하는 과제는 또 무산됐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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