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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태풍급 중국발 위기, 안이한 정부 대응

등록 2015-07-09 18:42

중국발 위기가 심상찮다. 메르스와 그리스가 몰고 온 파도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와중인데 숨 고를 틈도 없이 중국 증시 거품 붕괴라는 대형 태풍이 성큼 다가오는 꼴이다.

중국발 위기의 진원지는 상하이 증시다. 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일 만에 반등세로 돌아서긴 했다. 중국 정부가 신용거래 개인투자자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긴급대책을 내놓은 덕을 봤다. 하지만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거품이 잔뜩 낀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추세가 최근 뚜렷해진 탓이다. 전날(8일)만 해도 중국 증시는 하루 사이 6% 가까이 급락해 국제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달 12일 연중 고점 이후 한달 새 중국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3조달러가 넘는다.

거품 붕괴 가능성이 커진 밑바탕엔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15일 발표 예정인 2분기 성장률이 7%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예상대로라면, 2009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맞는 6%대 성장이다. 중국인민은행이 지난 8개월 새 네 차례나 금리를 내렸음에도 실물경제의 온기를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중국발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와 세계경제에 끼칠 파장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우선 국내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중국 관련 투자상품은 40% 가까이 손실을 입었다. 중국 본토 펀드 설정액만 2조원을 웃도는데다, 올 들어서만 7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새로 유입된 상태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가 폭락으로 투자 손실을 입은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소비를 더욱 줄일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더욱 둔화할 게 분명하다. 중국 수출 비중이 25%를 넘는 만큼 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로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로 세계경제가 동반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져들 공산도 크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잔뜩 허약해진 터라, 우려는 더욱 크다. 한국은행은 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0.3%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굳이 메르스와 가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올해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나 감소했다. 수입 감소폭(15.8%)이 이보다 훨씬 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슬픈 얼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정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수출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이 주로 저유가와 세계경제 부진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건 맞다. 하지만 그 때문에라도 우리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묘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 정부 대책은 지난해와 올해 초 기업들이 발표한 투자계획을 단순히 짜깁기하는 데 그쳤다. 전자상거래 활성화,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제고 등 알맹이 없는 재탕삼탕 메뉴도 허다하다.

메르스는 돌발변수라 치자. 그리스가 감기 정도에 비한다면, 중국발 위기는 강한 독감 그 이상이다. 과연 우리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고나 있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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