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빵집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의 가맹점 사업을 벌이는 에스피시(SPC)그룹이 해마다 4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그룹 회장 부인에게 지급해왔다고 한다. 회사 쪽은 상표권이 원래부터 회장 부인의 지적재산권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문제가 된 상표는 에스피시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과 같은 이름의 ‘파리크라상’으로, 에스피시그룹 쪽은 ㈜파리크라상 전체 매출의 0.125%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해왔다. 하지만 ㈜파리크라상 매출에서 전국 24개 ‘파리크라상’ 매장의 비중은 고작 3%에 그친다. 매출의 절대다수는 전국 3200여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나온다. 엄밀하게 말해, 상표와는 상관도 없는 사용료를 오너 일가가 챙겨간 셈이다.
상표권을 사주 일가 개인이 소유한 것 또한 극히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원래는 ‘파리크라상’ 상표권을 ㈜파리크라상과 회장 부인이 공동으로 소유해오다가, 2012년 회사가 지분을 포기했다고 한다. 지분 포기 배경 역시 석연찮다. 에스피시그룹은 회장 부인이 ‘파리크라상’ 상호의 개인 매장 2곳(반포점·이촌점)의 문을 열 때 회삿돈 40여억원을 투자비 명목으로 지원했다가, 2012년 초 배임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이 회장 부인이 투자비를 전액 변상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사실상 투자비 변상과 상표권 사용료 지급을 맞바꾼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만하다.
국내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20%를 넘는 6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 탓에 자영업자 월평균 소득이 150만원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가 있다. 비교적 이름이 널리 알려진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셈법으로도 하루 1000만원꼴의 돈을 꼬박꼬박 챙긴 오너 일가의 행태가 일반 국민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사회의 감시망에서 상대적으로 한 발짝 비켜나 있는 와중에서 벌어지는 중견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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