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예산의 15% 가까이 차지하는 국고보조사업의 운용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내놓은 ‘2015년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 결과’를 보면, 평가 대상에 오른 1422개 사업 가운데 734개(51.6%)만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절반에 이르는 사업이 애초 목적에 걸맞지 않게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위원들로 꾸려진 사업평가단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비정상’ 판정을 받은 사업들을 폐지하거나 사업방식을 바꾸는 등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이래저래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은 불가피해졌다.
국고보조사업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사업 가운데 중앙정부의 돈(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사업이다. 중앙정부가 사업의 공익성 등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정하는데, 융자금과 달리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올해 국고보조사업은 모두 1819개 사업, 58조4000억원에 이른다. 2008년 34조7000억원에서 몇 년 새 이렇게 금액이 불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평가 결과에서 보듯 상당수가 문제를 안고 있다. 65개 사업이 즉시 폐지, 75개가 단계적 폐지, 275개가 단계적 감축 판정을 받았다. 통폐합과 사업방식 변경 대상도 71개, 202개나 된다. 이 가운데 폐지 권고를 받은 외국 전문인력 지원사업을 보면, 왜 그대로 둘 수 없는지 잘 드러난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체재비와 이들의 국내 적응 연수 지원 명목으로 22억3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원 인력이 120명, 활용 중소기업이 98개에 그쳤다. 게다가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인력 유치 지원사업’과 겹쳐 예산 낭비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고보조사업을 둘러싼 비리 또한 적지 않다. 그럴듯한 사업 명분을 제시한 뒤 보조금을 챙겨 개인 용도로 쓰는 것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대안학교 전직 교장과 행정실장, 방문요양센터 대표와 요양보호사 등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빼돌리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국고보조금이 ‘눈먼 돈’ 취급을 받고 먼저 갖다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그동안 밝힌 대로 보조금 부정수급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보조금이 사업 목적을 달성하면서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편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국회도 제대도 심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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