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여권의 내분 사태에 잠시 가려져 있었을 뿐 야당의 지리멸렬함과 무기력증은 오히려 새누리당을 능가한다. 당이 언제 쪼개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신당론은 날이 갈수록 더 힘을 얻고 있다. 당내 계파 간 불신 풍조 역시 수그러들지 않은 채 당직 인선 등을 둘러싼 파열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외부 인사들까지 영입해 혁신위원회를 야심차게 출범시켰지만 막상 혁신의 에너지는 실종되고 통합의 기운은 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 출신 등 당원 100여명의 집단 탈당 사태부터가 범상히 보아넘길 사안이 아니다. 물론 이들의 탈당은 명분도 없고 현실적인 파괴력도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기존 야당 안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활로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자기 살길 찾기일 뿐 아직 현역 의원들도 가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야당 분열의 전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실제로 상당수 현역 의원들은 “정치는 생물”이니 “혁신이 잘 되는지 지켜보겠다”느니 하는 말로 탈당 가능성을 공공연히 열어놓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이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신당 창당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신당은 명분도 없고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미 지난 4·29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 문제 등으로 크게 곤욕을 치러놓고도 아직도 교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분명한 사실은 어떤 형태로든 신당이 창당될 경우 야권은 다음 총선에서 분열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과 당 운영은 이런 점에서 비판받을 대목이 적지 않다. 분당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당의 모든 관심과 역량을 혁신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도 이런 노력을 등한히 했다.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대표적인 예다. 사무총장이 임명된 지 일주일 만에 혁신위에서 사무총장직 폐지를 들고나온 것 자체가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온몸을 던져 당의 분열을 막아도 모자랄 판에 문 대표의 이런 행보는 탈당의 기회를 엿보는 세력들한테 명분과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위원회가 제대로 순항할지도 의문이다. 혁신위는 최근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직 폐지 등을 혁신안으로 내놓았으나 주류와 비주류 양쪽에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에는 저항이 당연히 따르게 돼 있지만 과연 그런 저항을 뚫고 혁신안을 관철시킬 확고한 논리와 뚝심이 있는지, 당 안팎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참으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사무총장을 없애는 대신 당 대표가 5개의 본부장을 임명하는 것이 당내 ‘독식’을 막는 올바른 해법인지, 최고위원회를 없애면 과연 계파 갈등이 없어질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분당 추진 세력의 원심력, 당내 계파 갈등의 파고, 혁신안을 둘러싼 소용돌이라는 삼각파도에 휩싸인 야당의 앞날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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