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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납득하기 어려운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

등록 2015-07-12 18:33

국민연금이 10일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삼성물산 최대주주(11.2%)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확보함에 따라 삼성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을 받게 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이런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 침해 가능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특히 결정 과정 등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에스케이그룹 계열사인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씨앤씨 합병안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에스케이㈜의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국민연금은 당시 합병 찬반 결정을 내부 의사결정 기구인 투자위원회 대신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겼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 등에 대한 결정을 때때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겨왔다. 그런데 이번 삼성그룹 건은 투자위원회에서 직접 처리했다. 에스케이그룹 건에 견줘 의미나 파장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찬성 결정을 하고도 배경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다. 합병 건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데다, 국민들의 노후 보장과 관련해 큰 몫을 떠맡은 국민연금은 중요한 결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말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국민들이 낸 돈으로 운용되는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가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합병 반대에 앞장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비판받을 행태를 보인 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도 고민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수익률 면에서 합병에 찬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두 회사가 주총을 앞두고 내놓은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등 몇가지 주주 친화정책에 주목했을지도 모르겠다. 또 일부 언론 등이 합병에 반대하는 게 마치 비애국적인 처사인 것처럼 몰아가는 현실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합병안에 찬성하는 데 따른 이득이 손실을 능가하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국민연금의 행보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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