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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 대통령, 역대 정부 사면은 비판하더니

등록 2015-07-13 18:33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광복절 특사’의 규모와 성격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 기조 등으로 볼 때 서민생계형 사범에 그치지 않고 기업인 등도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곧바로 “통 큰 사면”을 주문해 이런 기조에 힘을 실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사면권의 제한적 행사를 약속한 것은 물론 최근 들어서는 더욱 강도 높게 역대 정부의 사면 관행을 비판해 왔다. 어느 면에서는 자신이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특별사면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을 ‘대단한 치적’으로 내세우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사면을 들고나오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사면해주는 것이 국가 발전이나 국민대통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별사면은 그 자체가 ‘특혜’다. 특히 기업인이나 정치인 등의 사면은 통합은커녕 국민 사이에 상실감과 위화감만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취임 이후 줄곧 통합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박 대통령이 오랜만에 통합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사면이라니 쓴웃음이 나온다. 차라리 메르스 사태 등으로 자신의 인기가 폭락하고 경제가 엉망인 상태에서 ‘인심 쓰기 작전’을 쓰겠다고 솔직히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박 대통령이 약속한 사면 제도의 개선책이 나오기 전에 사면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5월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도 개선책이 마련됐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결국 이번 광복절 사면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사면을 하기에 앞서 그동안 자신이 했던 수많은 ‘어록’들을 다시 한번 들춰보기 바란다. “법에 의해 형을 받았는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얼마 있으면 뒤집히는 것은 법치를 바로 세우는 데 굉장한 악영향을 준다” “국민 공감대를 벗어난 무리한 사면을 하면 안 될 것이다”…. 이런 지당한 말씀들이 어떻게 지켜질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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