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다수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건 위헌이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을 성사시켜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되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정치를 흔히 ‘말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정치인의 발언엔 최소한의 진실함이 담겨야 한다. 김 대표는 과연 ‘일하는 국회’와 ‘당원·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얘기해도 부끄럽지 않도록 지난 1년간 당을 이끌어왔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이다.
김 대표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강조한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최근 당-청 갈등을 불러온 국회법 개정안 파문이 선진화법 때문에 생겼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다 보니까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고, 이게 파문을 불러왔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국회법 파문을 처음부터 되짚어보면, 두 달 가까이 국회를 공백 상태로 만든 주범은 야당이 아니라 청와대였다. 설령 야당 주장에 조금 과한 부분이 있었다 해도 여야 합의대로 국회가 진행됐다면 각종 민생법안 처리와 국회 운영엔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안을 거부하고 이 합의를 추진한 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를 맹비난하면서, 입법부로서의 국회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여권은 여권대로 심각한 내홍에 시달렸던 것이다.
국회를 무기력하게 만든 건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인데, 김 대표가 대통령에겐 한마디도 못하고 야당 탓만 하면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공천권을 당원·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는 그의 말이 못 미더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당원·국민보다 청와대 눈치를 보는 데 익숙한 김 대표가 대통령 및 ‘친박’ 의원들과 대립하면서 공천권 혁신을 해낼 수 있을지, 많은 국민은 우려한다.
새누리당은 김 대표 취임 1년에 맞춰 당직을 전면 개편했다. 새로운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곧 임명될 사무총장 면면을 보면, 모두 청와대가 껄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체제로 ‘청와대에 순응하는 여당’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나 ‘수평적 당청관계’나 ‘당원·국민을 우선하는 정당’은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김무성 대표의 남은 1년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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