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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앞뒤 안 맞는 국정원의 해킹 변명

등록 2015-07-16 18:35

국가정보원은 과거부터 줄곧 자신들의 불법행위 꼬리가 드러나면 늘 ‘부인과 함구’ 작전으로 일관해 왔다. 이런 모르쇠 작전은 대개는 잘 통했다. 모든 정보를 국정원이 움켜쥐고 있는 상황에서 꽉 막힌 정보 차단벽을 외부에서 뚫고 들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해킹 프로그램 사건의 경우는 다르다. 이탈리아 업체인 ‘해킹팀’의 자료가 대거 유출되면서 진실을 밝힐 단서가 곳곳에 노출돼 있다. “북한을 대상으로 하거나 연구·개발용”이라는 국정원의 거짓말이 속속 들통날 수밖에 없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이 “20개 회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 협력자인 나나테크 쪽과 해킹팀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나나테크는 2012년 3월14일 35개의 해킹 회선 라이선스를 해킹팀에 주문한 데 이어 그해 12월6일에도 30개를 추가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 규모를 속인 것도 문제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추가 구입을 한 것도 큰 의혹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선 직전에 “올해 예산으로 구입해야 한다”며 서두른 것은 선거를 겨냥한 불법사찰 목적 말고는 다른 이유를 떠올리기 어렵다.

국정원이 정부의 천안함 폭침설을 반박해온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를 해킹하려 했던 것도 거의 사실로 드러났다. 국정원 쪽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서 “미국의 잠수함 전문가가 해킹한 아이피 명단에 있느냐”는 정보위원의 질문을 받고 “한 개의 아이피는 미국에 있다”고 말해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안 박사 출신 대학인 ‘서울대 공대 동문회’ 파일과 <미디어 오늘> 기자를 사칭한 파일 등에 악성코드를 심으려 한 것이 모두 국정원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국정원 쪽은 이런 사실이 들통나자 이제는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대북 용의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아예 안 박사를 간첩용의자로 몰아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파렴치한 모습이다. 이것은 한 학자의 명예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국정원은 뒤에 숨어서 비겁하게 물타기식 주장을 흘리지 말고 공식적으로 나서서 안 박사에 대해 해킹을 시도한 이유와 경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또 해외 거주자에 대한 대공수사를 할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 절차를 지켰는지 등도 상세히 밝혀야 한다. 이 문제는 국정원이 부인과 함구 작전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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