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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찰 의혹’ 키우는 ‘국정원 직원 자살’

등록 2015-07-19 18:29

해킹 프로그램 구입 및 운용에 밀접하게 관련된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씨가 자살하는 사건이 18일 일어났다. 그는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했지만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

그가 남긴 유서 가운데 주목되는 대목은 두 곳이다. 우선 그는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하다”고 했다. 민간인 사찰 시도가 전혀 없었다면 그가 자살을 꾀할 이유도 없다. 투명하게 진실을 밝히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그가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의 말대로 ‘국정원 본연의 임무’를 위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사들여 운용했다고 하더라도 조직 차원이든 개별 직원 차원이든 일탈이 시도됐을 수 있다.

그는 또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사찰 의혹이 한창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임의로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라의 최고 정보기관이 이 정도로 허술한 조직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잖아도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한 상태였다. 국정원 쪽은 삭제된 자료를 모두 복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혔다고 하지만 이 또한 확인이 필요하다.

임씨의 자살은 국정원이 뭔가 불법행위를 했을 거라는 의혹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려되는 것은 그의 자살을 빌미로 사찰 의혹을 규명하려는 노력에 장애물이 생기는 일이다. 국정원 직원이 자살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도 간첩사건과 관련해 증거를 조작한 혐의를 받던 과장급 직원이 임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결국 기소됐지만 자살 시도를 계기로 검찰 수사는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이번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 수사 여부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임씨의 자살이 사태 전개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

임씨의 자살은 가족과 지인에겐 가슴 아픈 일이다. 국정원으로서도 20년 동안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를 잃었다. 하지만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이와 별개다. 임씨가 자살한 경위를 밝히는 것까지 포함해 검찰 수사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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