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신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 정의당 체제가 19일 공식 출범했다. 심 대표는 이날 열린 지도부 선출 보고대회에서 “거대 정당의 오른쪽, 왼쪽을 배회하지 않고 진보 민심이 있는 아래로 내려가서 시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면서, 내년 총선에서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 진보세력 규합을 통한 진보진영 재편 등의 구상과 각오를 밝혔다.
정의당의 이번 당내 경선은 의외로 성공작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내 갈등과 분열상을 노출할지 모른다는 애초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다. 이런 성공은 이른바 ‘조성주 현상’의 공이 크다. 진보정치의 2세대를 표방하고 나선 그는 기존의 진보정치 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언어와 행동 방식을 선보임으로써 진보정치가 시대 변화와 민심에 부응해 새롭게 바뀌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선거 기간 동안 평소보다 두 배가 넘는 400여명의 당원이 새로 가입한 것도 정의당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심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무엇보다 정의당을 두고는 목소리가 높은 것에 비해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기존의 거대 정당이 품지 못하는 소외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노동 현장과 밀착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일상적인 현안에는 열심히 대응하지만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새롭고 강력한 의제를 발굴해 제시한 기억도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숫자의 당선자를 내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정의당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등에서 잇따라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야권연대가 어려워지고 있는 정치 구도상 내년 총선은 정의당 자체의 독자 능력으로 돌파해야 할 상황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 발굴에서부터 조직력 강화,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꺼져가는 진보정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진보정치 진영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도 심 대표가 앞장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정의당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마저도 국민에게 잇따라 실망을 안겨주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의당의 변화는 단지 정의당의 변화로 끝나지 않고 기존의 거대 정당들에도 신선한 긴장과 자극을 주며 한국 정치를 바꾸어나갈 계기가 될 수 있다. 심 대표의 건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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