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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철저한 진단 없이 ‘메르스 무능’ 치료 안 된다

등록 2015-07-20 18:22

36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바야흐로 종식을 앞둔 단계에 들어섰다. 첫 환자가 확진된 지 두 달이 지난 20일 현재 추가 환자가 보름째 나오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도 이날 0시부터 해제됐다.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선언이 나올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제 ‘메르스 사태 이후’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시점이 된 듯하다.

이번 사태에서 귀중한 교훈을 얻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복기가 선행돼야 한다. 첫 환자의 확진이 늦어진 과정부터 초기 대응이 안이했던 이유, 환자 발생 병원의 공개를 미룬 배경,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역학조사가 방해를 받았다는 의혹, 이 병원 의료진의 감염 경로 등 진상을 밝혀야 할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지휘부가 수시로 바뀌고 시종일관 허둥대는 모습만 보인 정부의 무능도 그 내막을 낱낱이 드러내야 한다. 정확한 진단 없이 근본적 치료는 불가능하다.

또한 추상과 같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이유가 무능이든 복지부동이든 공직자가 주어진 책무를 저버려 국민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기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후 마련될 그 어떤 근본 대책도 제대로 작동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의료기관의 잘못에 대해서도 분명한 평가와 후속 조처를 통해 앞날의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엄정하고도 심도 깊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급한 것은 외국에서 발흥한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분석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은 세계적인 권위자조차 사전에 유행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 발생 지역에 전문가를 파견해 정보를 축적하는 등 최대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

유사시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지휘체계도 필수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병 사태가 매뉴얼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대비 훈련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촘촘한 대책이 서 있더라도 이를 살아 움직이는 현실에 맞게 적용해 나갈 능력과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책임을 자처하는 믿음직한 지휘부가 없었다는 게 국민을 좌절시키고 혼란에 빠뜨린 핵심 요인이었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반성을 이 대목에서 시작한다면 나름대로 효험 있는 처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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