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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낙제점 자사고’를 비호하는 게 교육인가

등록 2015-07-21 18:18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운영 평가에서 기준 점수(60점)에 미달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4곳 가운데 3곳에 대해 일반고 전환을 2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들이 청문 과정에서 신입생 선발 방식 개선 등 일반고와 상생을 위한 의지를 나타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권학교 폐지를 통한 일반고 살리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조희연 교육감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의지를 굽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 배경에는 해당 학부모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교육부의 훼방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자사고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못 미친 6개 학교에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자 교육부는 이를 번복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어 교육감이 자사고·특목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과 ‘협의’가 아니라 ‘동의’를 받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꿨다. 교육부는 나아가 자사고 평가지표도 완화했다. 예를 들어 ‘입학전형 부정’과 ‘교육과정 부당 운영’ 항목 중 하나라도 ‘미흡’ 평가를 받으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었던 것을 ‘매우 미흡’ 평가를 받더라도 곧바로 지정취소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실상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을 빼앗아간 셈이다.

이는 자사고·특목고가 특권학교·입시학원화하는 것을 막는 견제장치인 지정취소 제도 자체를 무력화한 것이다. 한번 지정된 자사고·특목고는 아무리 일탈적인 학교 운영을 하더라도 계속 존속할 수 있는 ‘무법자의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올해 운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 청문 절차에도 불응한 서울외고가 교육부의 비호 아래 지정취소를 면했고, 부유층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 부정을 저지른 영훈국제중 같은 학교도 버젓이 살아남았다. ‘교육’의 이름으로 이런 비교육적인 일이 벌어지니 학생들은 도대체 뭘 배우라는 말인가. 이러고도 인성교육을 새로 도입한다고 나서는 교육부를 보면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교육부야 그렇다 해도, 고교 서열체제를 개혁하겠다던 조희연 교육감이 스스로 공약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실망스럽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권한 갈등이 지속되는 한 현실적으로 이 문제가 풀리기 힘들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자사고·특목고 지정 및 취소 권한을 사실상 교육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공·사립학교 지도·감독권을 교육감에게 부여한 상위법과 어긋나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시행령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을 통해 분명한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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